▲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 촉구 집회에서 '유니언잭'(영국 국기)을 모자에 두른 한 참가자가 박수를 치고 있다.ⓒAFPBBNews

(영국=국제뉴스) 조현호 기자 = 테레사 메이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과 도출한 브렉시트 협상 합의안의 운명이 11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결정된다. 표결을 하루 앞두고 합의안이 부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내각은 이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날 "투표는 화요일(11일) 진행된다"며 의회 표결 절차가 예정대로 실시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서 일부 영국 언론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것을 우려, 오는 13일부터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 회원국을 상대로 브렉시트 재협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의회 표결도 정상회의 이후로 연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현재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합의안 표결을 앞두고 지난 4일부터 하원에서 토론을 벌여왔지만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보수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하원은 토론 첫 날부터 정부를 상대로 한 '의회 모독' 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키기도 했다. 정부가 브렉시트 합의안의 법률 검토 보고서 내용을 전부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부안에 반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영국 하원 정원은 650명으로, 합의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320표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반대하고 있는 데다 보수당 내 강경파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의회 비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내각 주요 각료들이 강행 의사를 밝히면서 의회 표결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바클레이 장관에 이어 콰시 크워텡 브렉시트부 부장관도 이날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합의안을 11일 의회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메이 총리도 주말 동안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로 나타나고 집권 보수당이 실각할 것이라며 당내 강경파를 상대로 찬성표를 호소했다.

지난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은 지난해 6월부터 EU와 본격적인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했다. 17개월간의 팽팽한 협상 줄다리기 끝에 지난 11월14일 합의안을 도출, EU 27개 회원국과 함께 공식 서명 절차까지 마쳤다. 

의회 표결에 따라 협상안이 가결될 경우 절차에 따라 유럽의회 표결, EU 이사회 승인 과정을 밟게 된다.

그러나 만약 의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셈법은 복잡해진다. 

영국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EU와 브렉시트 재협상 △노딜 브렉시트 △제2차 국민투표 △조기총선 △불신임 투표 등이다. 

다만 이 중 브렉시트 재협상은 EU가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브렉시트를 둘러싼 두번째 국민투표와 조기총선은 메이 총리가 그 가능성을 배제한 상황이다. 

메이 내각은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남은 선택지는 노딜 브렉시트 밖에 없다며 의회를 압박하는 중이다.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규정에 따라 영국은 내년 3월29일 EU를 탈퇴하게 되는 데, 이 때까지 아무런 합의나 완충장치 없이 EU에서 떨어져 나오는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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