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교수 수개월 전 제안한 혁신모델도 검토단계서 ‘스톱’...道 “아직 보고단계”

(수원=국제뉴스) 김만구 기자 = 경기도가 내년 2월 시범 운항하는 이국종 아주대교수의 닥터헬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거점 헬리포트(헬기 이착륙장) 조성 사업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국종 경기남부중증외상센터장(아주대교수)이 지난달 27일 경기도 중증외상환자 이송체계 구축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사진=경기도청>

헬기 이착륙 장소가 마땅치 않고 많은 예산이 든다는 이유에서인데, 뜨고 내릴 거점을 확보하지 못한 이른바 '이국종 닥터헬기'는 기존의 소방헬기처럼 이착륙이 가능한 곳에서만 환자를 후송해야 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되게 됐다.

거점 헬리포트는 닥터헬기가 접근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전용 이착륙장이다. 중증외상의료시스템이 잘 갖춰진 외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시설이다.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들은 "내년 경기도 예산에 이 교수가 제안한 닥터헬기용 헬리포트 건설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경기남부권은 기술적인 문제로 중단됐고, 경기동부권은 예산 문제로 검토 단계에서 멈춘 상태"라고 했다.

이 교수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경기남부권)과 이천병원(경기동부권)을 활용한 헬리포트 확보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경기남부권 헬리포트 조성 사업의 경우 도는 예산 2000만 원을 들여 안성병원 건물 옥상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했지만, 인근 아파트 등 고층건물 때문에 헬기 이착륙이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사실상 중단했다.

도 관계자는 "안성병원이 신축한 건물이고, 예산(25억 원)도 적게 들어 가장 유력했는데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아직까지 대체 공간을 찾는 등의 계획은 없다"고 했다.

경기동부권 헬리포트는 국내에서는 시도조차 되지 않은 혁신적인 모델이지만 검토단계에서 예산이 200억 원 이상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자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도 관계자는 "경기동부권 헬리포트는 (윗선에) 보고 단계중인 사업"이라면서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서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도 3호선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과 이천소방서 위치도.<캡쳐=네이버 지도>

이 교수가 제안한 경기동부권 헬리포트는 국도 3호선(경충국도)이 갈라놓은 이천병원과 이천소방서를 연결해 경기동부권의 응급환자 후송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호주의 사례를 들어 도로 위에 이천병원과 이천소방서를 직접 연결하는 고가시설 설치하고, 그 곳에 헬리포트를 만드는 방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료원 관계자는 "이천병원과 이천소방서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탓에 유기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 교수가 제안한 모델은 환자 후송(소방)→응급처치(병원)→중증외상센터 이송(닥터헬기)으로 이어지는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료원이 중중외상 거점병원 역할을 하게 되면 닥터헬기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면서 "헬기 후송은 환자는 물론이고 의료진의 목숨도 걸린 문제인데 아직도 예산타령이나 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한편, 이 교수가 이끄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아주대병원) 옥상에는 닥터헬기용 헬리포트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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