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학 농식품 칼럼니스트

▲ 안병학 농식품 칼럼니스트

술 마시고 난 후 숙취 해소용으로 콩나물국밥이나 콩나물의 시원한 국을 찾는 사람들이 참 많다. 콩나물은 한국인은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즐기는 식품중 하나로 어떤 음식이든 궁합이 맞는 식품이다.

한국인이 나물류 중에서도 가장 많이 먹는 게 콩나물이다. 이렇듯 콩나물은 우리의 반찬문화와 식생활에서 오랫동안 사랑 받았고 지금도 가장 선호하는 식품군에 속한다. 콩나물은 콩나물국, 콩나물국밥, 콩나물밥, 각종 찜, 무침으로 이용되고 아스파라겐으로 대표되는 콩나물 숙취해소음료의 소재로 사용된다.

두아(豆芽) 또는 두아채(豆芽菜) 등으로 불리는 콩나물은 식료로 이용한 기원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본초강목(本草綱目)이나 산림경제(山林經濟)에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미 오래 전부터 식용으로 재배되어 온 것으로 생각된다, 삼국시대 말이나 고려시대 초기의 기록에 의하면 콩나물 재배는 A.D 935년 고려의 태조가 나라를 세울 때 태광태사 배현경이 식량부족으로 허덕이던 군사들에게 콩을 냇물에 담가 콩나물을 만들어 배불리 먹게 했다고 하는데, 실질적인 재배는 아마도 그 이전부터 이루어 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동의보감에 콩나물은 온몸이 무겁고 저리거나 근육과 뼈가 아플 때 치료되고 제반 염증소견을 억제하고 수분대사를 촉진하며 위의 울열을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대 의학으로 확인된 결과에 의하면 단백질, 탄수화물, 식물성스테롤, 올리고당, 섬유소, 아스파트산 등 여러 가지 영양소와 콩에 없는 비타민 C도 들어있어 칼슘과 비타민으로 구성된 "놀라운 효능을 지닌 식품"이다.

콩나물잔뿌리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간 기능 회복과 숙취해소에 효과적인 아스파라긴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아스파라긴은 탄수화물과 지질을 열량에너지로 바꿔 세포에 공급, 활력을 되찾도록 한다. 노폐물배출과 해독작용에도 좋다. 특히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생성을 돕고 독성이 강한 대사산화물을 제거해준다.

예전의 재래시장은 콩나물의 넉넉함과 푸근함이 있었다. 장사하는 아주머니와 콩나물을 사는 아주머니간의 콩나물 흥정은 인심의 풍성함이 보인다.

500원어치의 콩나물에 배인 인심은 장사하는 아주머니의 손안에 달려 있다. 한줌을 더 얹어주는 콩나물 인심은 지금 마트에서 봉지에 담겨 가격이 고정되어 있는 그런 인심보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장과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콩나물은 언제 어디서든 싫지 않은 음식이다.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콩나물시루가 윗목을 차지하였다. 물받이 자배기 위에 떠다니는 쪽박으로 석유냄새와 잡균이 들어가지 않게 정성을 들여 물을 주면, 5, 6일이 지나면 맛있게 나물을 무쳐 먹을 수 있었다.

할머니가 계신 안방 한 귀퉁이에서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쳇다리 위에 앉은 떡시루에서 자라던 콩나물은 집안의 중요한 찬거리였다. 할머니는 가금씩 콩나물에 물을 주고 노란 물이 떨어지는 소리는 콩나물이 커가는 하모니로 들렸다

이렇듯 콩나물은 한국인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물의 정석이었고 콩 음식에서 최고의 영양분을 발견한 지혜의 식품중 하나다.

콩나물 반찬은 푸짐함을 느낄 수 있는 반찬이다. 접시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콩나물을 보면 입맛을 돋게 하고 밥상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우리 민족에게 콩나물이란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많이 먹는 숙주에 버금가고 오히려 그 가치가 더 높게 여기고 즐겼다.

재래식 콩나물을 재배하는 콩나물공장이 전국 어디나 산재하고 있었으나 대형마트가 상권을 장악하면서 콩나물은 브랜드화 되었다. 국내 굴지의 식품업체는 자사 브랜드의 콩나물을 봉지에 포장하여 쇼케이스에 진열 하고 콩나물 시장을 장악했다.

동네의 슈퍼나 재래시장에서 인정 넘치는 손으로 퍼주던 콩나물은 옛이야기가 되고 어쩔 수 없이 봉지 안에 담긴 브랜드 콩나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동네슈퍼나 재래시장에 납품하던 콩나물 공장은 도태되거나 규모를 늘려서 거대식품회사 혹은 대형마트에 하청화 되었다.

콩나물만이라도 자본에 예속되지 않은 소규모 공장에서 만들어 브랜드가 아닌 인정이 넘치는 식품으로 남겨두지 못하는 시장의 환경을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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