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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아버지' 통해 역사와 개인의 고리 찾는다

기사승인 2019.10.09  11: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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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 ⓒAFPBBNews

(일본=국제뉴스) 조현호 기자 = 수십년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함구하다가 지난 5월 일본 문예잡지에 아버지에 대한 에세이를 발표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70)가 이달에는 미국 뉴요커지에 유사한 에세이를 기고했다.

지난 7일자로 출간된 이 잡지에 실린 글도 여전히 고양이, 전쟁, 자기 자신을 씨줄과 날줄 삼아 아버지의 모습을 담아낸다. 하루키는 지난번 에세이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중국 침략 일본군이었다고 처음 밝혔다. 입이 풀려서일까. 이번 에세이에서는 좀더 다채롭게 아버지와의 추억을 풀어놓으면서 더 나아가 '아버지가 겪은 일을 아들인 자신에게 전해주면서 인간이 연결되고 역사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어렸을 적 하루키는 아버지가 학도병으로 태평양전쟁에 투입된 것을 알고 대학살이 일어난 중국 난징에 가장 먼저 입성한 군대 소속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그는 피비린내 나는 난징학살에 아버지가 가담했을까봐 두려워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고 아버지 역시 그에 대한 자세한 대화없이 2008년 90세로 사망했다.

하지만 그 후 아버지의 정확한 징집 날짜를 알게 된 하루키는 아버지의 징집이 난징 대학살 1년후인 것을 알고는 무거운 짐을 벗은것 같은 엄청난 안도감을 느낀다.

앞서 에세이에 쓴 대로 과묵한 편인 아버지는 생전에 단 한 번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것은 일본군이 포로가 된 중국군들을 어떻게 처형했는지에 관해서였다.

아버지는 "중국 군인은 자신이 살해될 것을 알면서도 몸부림치지 않고 겁먹은 기색을 보이지 않고 그저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목이 잘렸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그 남자의 태도가 '모범적'이었다고 하루키에게 말한다.

하루키는 "아버지가 짊어졌던 이 무거운 무게, 즉 오늘날의 용어로는 트라우마가 부분적으로 그의 아들인 내게 전해진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연결되고 역사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이번 에세이에 썼다.

하루키는 1987년 출간한 '노르웨이의 숲'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일본은 물론 세계로 이름을 알렸다. 

그 후 ‘패럴렐 월드’(평행세계)를 그린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초능력을 가진 한 소녀와 프리랜서 작가인 '나', 친구인 영화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댄스댄스댄스' 등 개성적이고 재미있는 작품들을 잇따라 출간하며 '하루키 월드'를 구축했다.

하루키는 어느날 아내가 사라져버리는 소설인 '태엽감는 새',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등에서서 잇따라 '사랑의 쓸쓸함'을 다뤘다. 하지만 하루키의 작품세계는 옴진리교의 살인가스 테러를 다룬 논픽션 '언더그라운드'를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는다.

이전까지 환상적이고 재기발랄하던 작품세계는 역사와 개체의 관계를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무거워진다.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에서 그의 역사 탐구는 계속된다. 하지만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기사단장의 입을 통해 들려준 "역사에는 그대로 어둠 속에 묻어두는 게 좋을 일도 무척 많다네. 올바른 지식이 사람을 윤택하게 해준다는 법은 없네. 객관이 주관을 능가한다는 법도 없어. 사실이 망상을 지워버린다는 법도 없고 말일세'라는 말에서 보듯 하루키의 역사관은 모호하고 피상적이며 허무주의적이라는 비판을 일각에서 받고 있다.

이번 에세이에서도 역시 호기롭게 나무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하고 죽어버린듯한 하얀 새끼 고양이 이야기를 통해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하루키는 "일반화하면, 결과가 원인을 압도하고 중화시킨다고 말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그 과정에서 고양이가 죽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사람이 죽기도 한다는 생생한 교훈을 얻는다"고 역사의 잔인함에 대해 썼다.

그는 이어 "나와 아버지의 삶에 일어난 모든 일이 우연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면서 "넓은 땅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이라고 할때 개별적인 하락은 분별가능하지만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며 정확하지만 여전히 비관적인 진실을 읊조린다.

하루키는 "그렇다고 해도 하나의 동떨어진 빗방울은 자신만의 감정과 자신만의 역사와 역사속에서 수행해야할 임무가 있다"면서 허무와 우연 속에서도 묵묵히 인간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키 월드를 버리고 역사 속으로 들어온 그의 작품들이 분위기만 무거워진 채 역사에 대해 깊이있는 성찰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받는 것은 이 같은 그의 비관적인 개인관과 역사관에 기인한 것 아닐까.

조현호 기자 gukjenews@hanmail.net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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