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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안병학의 세상이야기"들깨 향기 머금은 농촌"

기사승인 2019.10.09  22: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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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학 칼럼니스트

구수한 들깨향이 마을을 헤집어 놓는다. 구수함이 깊어 갈수록 검은 들깨 알갱이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향기를 더 발산하고 톡톡 터지는 기운으로 이내 튀어 나올 준비를 한다. 가을은 잡곡의 수확을 재촉하는 계절이다. 잡곡 가운데 들깨는 서리가 내리기전에 서둘러야 할 품목이기에 더 신경이 가는 농산물이다. 노부부의 더딘 손놀림으로 들깨를 베는 모습은 깊숙하게 자리 잡은 시골의 전형적인 가을이다. 태풍이 지나고 굵은 가을비가 내리고 난 뒤 수은주는 가파르게 내리고 있다.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파랗게 덧칠한 하늘과 닿아있는 산촌의 공기는 예상을 벗어나는 기온이 급격히 곤두박질 할 수 있기에 바쁜 마음만큼 따라잡지 못하는 손놀림은 더디고 투박해진다.

들깨는 농부들이 가장 사랑하고, 주목하는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농산물에 속한다. 요즘엔 다양한 기름이 시장에 즐비하게 선보이고 있지만 들깨기름의 맛과 향기를 넘을 수 있는 기름은 없다고 본다. 아직은 기름 선호도가 제일 높은 위치에 놓여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들깨는 기름으로 인기가 높지만 깻잎은 시골에선 으뜸의 밑반찬이 되어 입맛에 향기를 준다. 농촌도 요즘은 들깨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 집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과거엔 집집마다 고추장과 간장에 담긴 들깻잎 장아찌가 가장 흔하고 편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던 반찬으로 여겼다. 전통보다 값싼 식품을 찾는 요즘은 수입해 들어온 장아찌가 시장에서 날개를 펴는 시대이다 보니 왠지 우리가 익숙하던 반찬마저 속절없이 내어준 꼴이 안타깝다.

된서리가 한바탕 내리고 나면 자잘한 곡식타작으로 시골집의 마당은 북새통을 이룬다. 들깨를 비롯한 콩, 팥, 메밀은 여지없이 도리깨로 두드려야 알갱이가 속속 빠져 나온다. 특히 들깨는 머릿수건을 질끈 동여맨 아주머니들의 차지가 되어있다. 너른 포장가빠를 밭에 펼쳐놓고 단단한 몽둥이로 들깻단을 두들이면 이내 검은 알갱이 들깨가 수없이 튀어나오며 수북하게 쌓인다. 들깨향기는 절정을 이루고 가을 새들의 기웃거림은 넘치는 서정이다. 고소한 향기만큼이나 마음마저 수북하게 쌓이는 향기를 주체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농촌에서 농사와 더불어 세상을 살아오고 농사밖에 모르는 세월을 지고이며 평생을 일구어 왔지만 농사지식은 늘 최고라는 자부심을 한 번도 벗어던지지 않은 흙의 삶이다. 가을의 타작은 그 완성품이다.

특히 들깨를 터는 가을의 향기는 그 어떤 꽃향기보다 더 상큼하고 발랄하다.

넉넉하게 수확한 들깨는 일 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충분 량의 기름으로 각종 반찬요리에 윤활유가 된다. 물론 멀리 도회지에 일터를 잡고 생활하는 자식들에게도 넉넉하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 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오랜 들깨 사랑 덕택이다.

그래서 들깨 농사를 놓을 수 없다. 아니 포기 할 수 없는 아나로그 농사가 바로 들깨다. 기계화를 할 수 없는 핸드메이저 농사가 바로 들깨다.

가을은 이미 더 깊어지고 높아진다. 울긋불긋 단풍은 바로 앞산 바위병창까지 몰려왔다. 그만큼 손놀림을 빨리 하여야 하지만 몸이 잘 따라주지 못하는 세월의 흔적은 어쩔 도리가 없다. 들깨를 베고 타작하는 노부부의 일상이 우리 농촌의 일상이 된지 오래 되었다. 그 오래된 일상은 이제 무엇으로 대체 되어야 할지 깊은 물음표를 던져준다. 들깨 향기 머금을 농촌은 우리에게 언제까지 버티어 줄지! 오늘도 쉼표 없이 자문해본다.

서융은 기자 sye1217@hanmail.net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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