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자료사진) ⓒAFPBBNew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 2017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유엔주재 미국 대사로 활동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본 니키 헤일리가 자신의 책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발간한 회고록 '외람된 말이지만'(With all due respect)을 통해 2017년 유엔총회를 전후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비화를 소개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으며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게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반복하던 2017년 북한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그해 8월에는 "북한은 미국에 추가 위협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 지금까지 세계가 목격하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압박했고,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선 "정상적인 상태를 넘어 매우 위협적"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북한을 협박했다. 그는 당시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하고 "로켓맨이 자신과 정권을 대상으로 자살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강성 발언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고안한 ‘미치광이 전략'의 일환이었다. 북한을 겨냥한 군사옵션도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헤일리 대사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를 앞두고 자신에게 연설문 내용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로켓맨' 등 표현에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연설을 그대로 강행했다고 한다.

헤일리 대사는 "(각국) 대표들이 서로 쳐다보는 모습을 지켜봤다. 몇몇은 웃고,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었다"며 "모두가 완전히 당황했다. 언론에는 당연히 스캔들이었다"고 당시 유엔총회장 분위기를 회고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유엔에서 대북 최대 압박 전략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또한 헤일리 전 대사는 책에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소개하며, 대북 최대압박 기조에 양국을 동참시키기 위해 '역지사지'(Put yourself in your adversary's shoes) 전략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우선 중국의 입장에서 가장 꺼리는 '북한 붕괴'라는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수많은 북한 사람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혼란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미국의 제재 압박에 동참해야 한다고 중국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 측에 접근해 “중국까지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만 북한을 지지한다면, 북한을 옹호하는 세계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를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 모두 미국의 최대 압박 기조에 동참하면서 유엔 안보리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북한에 가하게 됐다고 헤일리 전 대사는 평가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2017년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초대 유엔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돼 2년 간 활약했다. 지난해 12월 물러난 이후론 공직을 맡지 않고 물밑으로 정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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