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노동자들이 5일(현지시간) 전국적으로 150만명이 들고 일어나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 시위를 벌였다. ⓒAFPBBNews

프랑스 정부의 연금제도 개편에 반대를 외치며 전국에서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기차와 지하철 등 주요 교통수단이 마비되고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항공기 운항도 취소됐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 노동총연맹(CGT-FO) 소속 노동자 150만명이 전국적으로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프랑스 내무부 집계 시위 참가자는 80만6000여명.

파업에 참가한 운송노동자와 항공 관제사, 교사, 소방관, 변호사 등의 노동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안에 대해 일은 더 오래 하면서 더 적은 연금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아직 전면적인 개혁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42개 개별 부문으로 나누어진 연금제도를 단일한 기준에서 다루길 원한다. 연금체제 개편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설정한 의제로,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2일 연금개편안의 구체적 세부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려 했지만 그동안 반대가 심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연금수령 연령은 62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대부분 62세에 고정시키기를 원하고 있어 이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정부는 64세 이후 퇴직자에 대해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영 철도회사 SNCF는 노조 파업으로 인해 6일 고속열차 운행 90%가량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과 벨기에 브뤼셀을 오가는 유로스타와 탈리 열차 운행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리 지하철 노동자들은 최소한 오는 9일까지 전체 16개 노선 중 11개 노선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에어프랑스는 국내선 운항의 30%를 취소하고 단거리 국제선도 운항의 10%를 취소했다.

이브 베리에 노동자의힘(FO) 노조위원장은 "이런 규모의 시위를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며 "우리는 정부가 보편적 연금개혁이 나쁜 생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AFP는 이번 파업과 시위가 며칠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일부 과격 시위대가 창고 트레일러에 불을 지르고 상가 유리를 깨면서 긴장이 고조됐지만 전반적으로 주요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됐다.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들은 직원들이 통근하지 못해 문을 닫았고, 에펠탑과 오르세 미술관도 개장하지 못했다. 루브르와 퐁피두센터 등 다른 미술관들은 일부 건물과 전시장이 폐쇄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주요 신문들은 인쇄판을 발행하지 못했다. 노조가 프랑스 국내 8개 정유소 중 7개 정유소가 문을 닫았다고 밝힘에 따라 AFP는 향후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연료 부족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마크롱 정부는 작년 말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 이후 공공서비스 개편을 추진하면서 여러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1995년에도 프랑스에서는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시위가 대대적으로 일어나 당시 정부는 이를 번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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