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총리 출신 불호령에 비상…농업용 퇴비 15톤 전량 수거

(세종=국제뉴스) 이선형 기자 = 문제는 퇴비냄새였다.

국무총리를 지낸 7선 국회의원은 농촌마을 자택 앞 퇴비냄새가 싫었다. 세종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시 공무원들이 여러 명 현장에 나갔으나 의원의 질책에 몸 둘 바 몰라 했다. 의원이 호통을 치는 바람에 환경정책과 간부 공무원과 면장 등은 혼 줄이 났다.

아로니아를 심기 위해 300평 정도 밭에 발효 퇴비를 뿌린 농민은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세종시는 현장 조사를 통해 위세를 떨었고 결국 농민은 발효퇴비 15톤을 전량 수거해 밭을 원상 복구했다.

농민 A씨가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 이해찬 의원 자택 인근 밭에 발효 퇴비를 야적하고 뿌린 것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기간이었다.

지난 해 까지는 이곳 밭에 다른 작물을 경작하다 산짐승 피해를 겪어 올해는 아로니아를 심을 계획이었다.

농민 A씨는 발효 퇴비가 악취를 풍기는 것을 막기 위해 13일 땅을 갈아서 흙을 뒤 집어 엎었다.

그 사이 이 의원이 시 고위층을 통해 강력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보좌진도 동원돼 마을 축사 등에 들러 악취 오염원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환경정책과 간부와 전동면장 등은 18일 저녁 현장에 도착해 결국 이 의원의 호된 질책을 들어야 했다.

세종시 담당 공무원들은 현장에서 악취 정도를 측정했으나 기준치 이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시 공무원들은 지하수 오염 문제를 꺼내 들었다.

지하수 오염이 우려되니 퇴비를 수거할 것을 농민에게 요구했다. 세종시의 한 관계자는 "퇴비 수거는 이 의원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와 관련해 퇴비 샘플을 확보해 충북보건환경연구원 등 전문기관 2곳에 폐기물 검사를 의뢰했다.

결국 농민 A씨는 20일 장비를 동원해 흙과 섞여 있는 발효 퇴비 15톤 전량을 수거해 다른 곳 경작지에 뿌려야 했다.

한경호 행정부시장도 퇴비 수거 당일 현장에 나가 실태를 점검했을 정도로 세종시는 이번 민원해결에 매달렸다.

한 주민은 이번 문제와 관련, 발효 퇴비 야적 당시 악취를 풍겼으나 보통 일주일 정도면 안정될 상황에서 이 의원이 농촌지역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행동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농민 A씨는 본지 인터뷰 요청에 대해 기사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취재를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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