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기재위, 도 감사부서가 축조한 ‘경기도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 보류

(수원=국제뉴스) 김만구 기자 = 경기도가 도지사 직속 위원회에 경기도교육감을 당연직 위원으로 위촉(임명)하는 상식을 벗어난 우월적 제도(조례)를 만들려다 보류되는 망신을 당했다.

도는 문제의 조례안에 '경기도민은 경기도의 부패방지 정책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초법적인 의무조항까지 포함시켜 전형적인 '권력 갑질' 제도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 경기도의회 전경.

5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는 전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도 감사부서에서 제출한 '경기도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보류시켰다.

도의회 기재위는 "조례안에 법적 근거가 없는 도민 의무조항이 들어 있고, 도지사 직속 위원회에 도교육감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시키는 등의 황당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 보류시켰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조례안은 도 감사부서가 지난 1월 국무총리 훈령으로 공포된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축조한 것인데, 입맛에 맞게 고친 탓에 '갑질 조례' 논란을 자초했다.

우선 도교육감을 공동의장인 도지사보다 격(格)이 낮은 당연직 위원으로 격하시켜 도지사의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려 했다. 이는 표준조례안이나 다름없는 정부 규정에는 없는 조문이다.

조례안 5조(협의회 구성) 3항에 '협의회의 당연직 위원은 경기도교육감으로 하고'라는 조문을 넣어 사실상 도지사가 도교육감을 임명(위촉)하도록 했다. 정부 규정은 시도지사협의회 회장 및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만 당연직 위원에 포함시켰다.

도의회 신정현(민주·고양3) 의원은 조례안 심의 과정에서 "교육행정을 대표하는 교육감과 일반행정을 대표하는 도지사가 협의회에서 의장과 위촉직 위원으로 상하관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민에게 도의 부패방지 정책에 적극 협력하도록 한 의무조항은 법적 근거가 없는 초법적인 규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도의회 기재위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은 주민에 대한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면서 "부패방지법에 국민은 공공기관의 부패방지 시책에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고 규정이 있긴 하지만, 이 규정 자체는 국민의 의무를 조례에 위임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 정기회의를 연 1회로 축소시킨 것도 '청렴 점수'를 딸 목적으로 형식적인 위원회를 만들려 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정부 규정은 '반기별로 1회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넣어 연 2회 개최를 의무화했는데도, 도는 정기회의를 1회로 줄인 것이다.

도의회 김강식(민주·수원10) 의원은 "청렴도 평가를 받기 위한 수단이라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인수 도 감사관은 답변에서 "조례안을 만들지 않게 되면 평가에 불이익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그 이유 때문은 아니다"면서 "이런 조직을 만들어서 잘 운영해 보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조례안은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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